‘떠나다’는 의미의 히브리어 ‘아잘’과 ‘염소’라는 뜻의 ‘에즈’가 결합된 단어로 보아 ‘(죄의 짐을 가지고) 보냄받은(떠나는) 염소’, 혹은 ‘달아나는 염소’라는 뜻으로 이해하거나, 추상적인 단어로서 ‘완전한 제거(파괴)’를 뜻하거나, 또는 그 염소가 떨어져 죽도록 밀어버릴 만한 ‘암벽’이라는 의미로 이해하기도 한다. 이와는 별개로, 이스라엘백성의 죄가 그것의 궁극적인 원천으로 다시 보내졌다는 측면에서 ‘악마’, ‘사막귀신’ 또는 ‘사탄’을 언급한 이름으로 해석하기도 한다.
그 해석이 어떻든 ‘아사셀’의 역할은 이스라엘의 죄와 허물을 짊어지고 황량한 광야로 떠나가는 염소를 가리킨다(레 16:8, 10). 즉, 대속죄일 의식을 위해 두 마리의 염소가 선택되고, 그중에 제비를 뽑아 한 마리를 광야로 내보내는데 그것이 바로 ‘아사셀’이다. 물론 이것은성소에서 진행된 피뿌림의 효과가 부족해서라기보다는 피뿌림 의식을 통해 죄와 허물이 완전히 정화되었으나, 거기에 더하여 상징적으로 백성의 죄를 전가시킨 산 염소를 광야로 내보냄으로써 더 이상 백성의 죄가 남아 있지 않고 모든 죄악이 제거되었음을 확인시키는 일종의 속죄(贖罪) 의식이라 할 수 있다. 그런 측면에서 아사셀의 역할은, 인류의 모든 죄악을 홀로 짊어지시고 예루살렘 밖 갈보리십자가제단으로 나아가신 예수 그리스도의 한 표상이요 그림자라 할 수 있다(사 53:6, 11-12; 롬 3:24-26).